쿠팡의 뉴욕 증시(NYSE)상장 소식이 2021년 설 연휴를 뜨겁게 달구었다.
그렇다면 쿠팡은 왜 미국 상장을 택했나? 이미 많이들 알고 있는 차등의결권 문제 외, 더 큰 이유가 있는 듯 하다.
배경:
현재 한국은 전세계 이커머스 시장 5위로 ($104.1B), 4위인 일본($108.7B)을 아주 근소한 수치로 따라잡고 있다. 인구를 고려한다면 1인 당 이커머스 시장 이용률은 한국이 일본을 훨씬 앞지르는 것이다. 2020년에만 한국 이커머스 시장은 19.5%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한국 이커머스 시장의 1, 2위를 다투는 쿠팡의 현 가치는 55조원($50B)이라고들 한다. 지난 2018년 11월에 평가받았던 최대 10조원($9B)과 비교해 2년 만에 다섯 배 이상 성장한 셈.
피치북(PitchBook)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 2020년에만 전년도인 2019년의 수익에서 91% 오른 15조원($12B)의 수익을 창출했다. 더 나아가, 그 전년도인 2018년과 비교하자면 거의 네 배 이상의 수익을 창출했다.
쿠팡이 SEC에 제출한 S-1 filing에 따르면, 그와 동시에 전년도 대비 적자는 30% 감소했다.
여태 총 약 3.77조원($3.4B)을 유치한 쿠팡은 한국 시간 2021년 2월 12일 금요일 밤, 뉴욕 증시(NYSE)에 CPNG 심벌로 뉴욕 증시 상장 계획을 공식화했다.
여기서 잠깐, 쿠팡이란 어떤 회사인가?
한국의 대표 이커머스 플랫폼? 소프트 뱅크의 손정의 회장이 밀어주는 곳?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쿠팡을 속속들이 파헤쳐보고, 앞으로의 비젼을 점쳐보자.
쿠팡은 한국의 “아마존”이다.
단순히 한국 최대 이커머스 플랫폼 중 하나라서? 그건 아니다. 매우 흥미롭게도, 이번 IPO 서류를 분석해보면 쿠팡의 경영 철학부터 CEO가 보내는 메세지까지, 아마존과 그 창업자, 제프 베조스와 너무나 흡사해 의도적이기까지하다.
쿠팡 창업자가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발췌 (이번 S-1 filing):
“Why force customers to choose between amazing service, low prices, and board selection?"
"We chose to upend conventional wisdom and raise people's expectations of what is possible. To transform the customer experience, we had to think about e-commerce-indeed commerce-in new ways."
다음은 2008년, 제프 베조스가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Amazon's 2008 Letter to Shareholders):
"In our retail business, we have a strong conviction that customers value low prices, vast selection, and fast, convenient delivery and that these needs will remain stable over time. It is difficult for us to imagine that ten years from now, customers will want higher prices, less selection, or slower delivery. Our belief in the durability of these pillars is what gives us the confidence required to invest in strengthening them."
"Fast, reliable delivery is important to customers. In 2005, we launched Amazon Prime. For $79 per year, Prime members get unlimited express two-day shipping for free and upgrade to one-day delivery for just $3.99."
And the famous quote "One thing I love about customers is that they are divinely discontent. Their expectations are never static – they go up. It’s human nature." Reference
이처럼 쿠팡과 아마존의 철학, 가동방식은 놀랍도록 닮아있다.
아래 그 유명한 제프 베조스의 “플라이휠” 성장 전략(이하 플라이휠)은, 쿠팡의 전략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여기서 설명하긴 너무 길지만, 아무튼 아마존과 쿠팡은 같은 방식으로 작동한다.
전설적인 베조스의 “플라이휠” 도표
쿠팡의 코호트당 구매 성장률표. 여태까지의 성장세를 본다면, 쿠팡의 플라이휠도 잘 작동하는 듯 하다.
그렇다면 쿠팡은 왜 한국을 건너뛰고 미국 상장을 택했나?
1. 이미 언론에서 다루었던 차등의결권에서 그 첫번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쿠팡 주식의 첫번째 종류인 Class A는 보통주이며, 주 하나 당 하나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두번째 주식 종류인 Class B주는 주 하나 당 무려 29개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쿠팡 창업자와 CEO의 주는 모두 Class B주이다. 한국 주식시장에선 차등의결권이 허용되지 않는다.
2. 두번째로, 미국 상장을 통해 쿠팡은 서양(북미)투자자들이 아시아 이커머스 회사에 “직접” 투자 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몇 안되는 기업으로 떠오르게 된다 (중국 시장은 너무나 복잡해 논외로 치자.)
참고로 일본의 이커머스 1위 기업은 아마존 재팬이다. 이미 미국 자본이 1위인 것이다.
따라서 쿠팡의 미국 상장은, 그야말로 미국, 캐나다, 그리고 한국의 투자자들에게서 한번에 투자를 끌어모을 수 있는 이상적인 방법이다.
만일 한국 상장만을 꾀했다면, 앞서 말한 차등의결권 문제 뿐 아니라, 상장을 통한 투자 유치 스케일이 아예 다른 차원이 되었을 것이다. 물론 더 적은 쪽으로 말이다.
참고로 현 시각, 미국, 캐나다, 그리고 한국의 신규 투자자들 수는 전무후무하다.
3. 또 한가지. 소프트 뱅크는 쿠팡 지분의 37%를 가지고 있다.
이 말인 즉슨, 쿠팡의 미국 상장을 통해 소프트 뱅크는 미국에서의 투자 유동성을 더욱 활성화시킬 수 있다.
이제 본격적인 한국 이커머스 전쟁이 시작되었다.
아마존은 지난 2020년 11월, SK 텔레콤과 손을 잡고 한국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현재 SK 텔레콤은 자회사인 11번가를 통해 한국 이커머스 시장 내 4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번 미국 상장을 통한 자본유입으로, 쿠팡은 더욱 공격적인 행보를 취할 것이다.
이로써 이미 한국 진출을 선언한 아마존의 한국 고객 확보 비용이 (Customer Acquisition Costs) 예상보다 더욱 높아질 전망. 쿠팡은 미국 상장을 통해 추가 자본을 확보하고, 그 자본을 또 공격적인 점유율 전쟁에 투입할 것이기 때문이다.
“경쟁은 패배자들을 위한 것” - Peter Thiel
페이팔, Palantir 이외 다수 성공 기업의 창업자이자 투자자인 테크 타이탄(tech titan), Peter Thiel의 말이다.
Peter Thiel에 의하면, 시장은 독점, 혹은 균등한 경쟁구조로만 돌아간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대부분의 업계에서 이 중간은 보기 힘들다.
쿠팡은 현재 1위인 네이버 (12%) 다음으로 2위 (10%)의 e-commerce 시장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 참고로 11번가는 6%. 모두 고만 고만한 수치이다.
반면, 아마존은 미국의 44%, 알리바바는 중국 시장의 56%(!!)을 차지한다.
이처럼, 현재까지 한국의 이커머스 시장은, Peter Thiel의 말을 빌리자면 “균등한 경쟁구조”를 유지해온 셈이다.
그리고 아마존의 한국 진출과 쿠팡의 미국 상장으로 인해, 장시간의 status quo가 깨질 전망.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한국의 이커머스 시장은 “거대” 자본의 전쟁터가 될 것이다.
공룡기업 아마존을 상대로 이길 수 있는 기업은 많지 않다. 하지만 만일 이 전쟁에서 쿠팡이 승리한다면? 쿠팡은 전세계에서 다섯번째로 크고, 또한 매년 경이로운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한국이라는 시장에서 독보적인 공룡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한번 석권한 시장은 매우 탄탄한 economic moat의 기반이 된다.
애초에, 이커머스 시장은 한번 패배하게 되면 다시 돌아오기 어렵다. 일정 수준의 점유율을 확보하기까지의 초기 자본+시간+인력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예: 미국의 월마트 vs. 아마존. 모두 알다시피, 월마트의 처절한 패배로 끝이 났다.)
결론:
1. 한국 이커머스 시장 독점을 위한 거대 자본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전설적인 아마존의 “플라이휠”을 성공적으로 가동시킨 쿠팡이, 홈그라운드에서 원조와 맞붙게 된다.
2. 그리고 이와 별개로, 미국 상장 성공 후 쿠팡은 투자하기 매력적인 기업으로 더욱 주목 받을 듯 하다.
북미 투자자들에게는 빠르게 성장하는 아시아의 이커머스 시장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몇 안되는 기회이자
한국의 투자자들에겐 미국 증시에서 막대한 투자금을 확보해 국내 성장에 투자할 수 있는 몇 안되는 기업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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