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How Marty Baron and Jeff Bezos Remade The Washington Post
“구글과 페이스북이 전 세계 뉴스 산업을 파괴하고 있다. 수십 년간 안정적인 광고 수입에 기대어 살아가던 신문사들은 대부분 온라인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할 수 밖에 없었고, 현실을 받아들이는데 고충을 겪거나 사업을 상당 부분 축소했다 [...] 해당 상정 법안은 “모든 디지털 플랫폼”에 적용되는 것이나, 구글과 페이스북이 특별히 명시된 이유는 이들이 이 사태의 중심에 서있기 때문이다.” - Washington Post
위 워싱턴 포스트 기사에 따르면, 구글과 페이스북은 전통적 언론/신문/출판사(이하 언론사)와 광고 수입을 놓고 싸우고 있다.
하지만 이 주장은 틀렸다.
뉴스가 온라인으로 옮겨가며, 구독자들은 이제 “주어진” 기사 및 정보만을 소비하는 것이 아닌 “내가 원하는” 정보를 직접 골라 소비할 수 있는 결정권이 주어졌다.
대중 매체로서 엄청난 영향을 휘두르던 특정 유명 신문사가 이제 더 이상 지역 내 경쟁 신문사와 경쟁하는 것이 아닌, 전 세계 신문사와 경쟁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구글은 기존 언론사들에 저렴한 “디스커버리 채널”을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예를 들어, 구글 검색엔진 기능은 신문사들에게 기존에 접근할 수 없던 전 세계 구독자를 끌어들일수 있는 수단을 제공한다.
마찬가지로, 페이스북은 저렴한 “배급사”의 기능을 수행한다. 구글과 페이스북은 신문사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경쟁사가 아닌, 오히려 도움을 주는 기업들인 것이다.
그렇다면 전통적 언론사는 요즘 왜 이리 힘든가?
“관심경제(Attention Economy)” 시대가 도래했다. 대중의 관심은 이제 더 이상 언론으로부터의 “주어진” 정보만을 습득하고 소비하는 것에 쏠리지 않는다. 한 가지 예로, 대중은 이제 신문지를 뒤적이기보다 SNS와 넷플릭스 등에 시간을 더 쏟는다.
“틈새(niche)” 출판업계가 호황이다. 개개인의 입맛과 개성에 맞는 소비가 더욱 용이해지고, 이를 받아들이는 사회적 분위기도 어느 때보다 자유롭다. 집단주의의 심벌이라 할 수 있는 소수의 몇몇 유명 언론사를 소비하느니, 대중은 개인의 입맛과 개성에 맞는 정보를 소비하는 편이 더 즐겁다.
광고를 없애주는 광고 차단 앱(이하 애드 블록)들이 인기다. 인터넷 세상 이전, 더 많은 광고는 곧 더 많은 수입을 의미했다. 하지만 이제 그런 시대는 끝났다. 신문사들은 현 시대에 “더 많은 광고”가 의미하는 것이 더 많은 애드 블록 이용자라는 것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듯 하다. 아직도 전 세계의 많은 언론 사이트는 잡다한 광고들로 덕지 덕지하다.
마지막으로 가장 큰 이유와 문제점은, 신문사들이 현 “디지털 시대”에 “인터넷vs.언론사” 제로섬 게임 프레임을 씌워 대중에게 씨알도 먹히지 않을 “호소”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소한 이 업계가 지금까지 취한 행동을 보자면 그렇다.) 둘 중 하나가 죽지 않으면 이 싸움은 끝나지 않을 기세다.
이미지 출처: Popping the Publishing Bubble
“페이스북은 출판사들의 수입을 훔치지 않는다. [급감한 구독자 수와 매출은 그저 출판사들이] 새 시대의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또 적응하지 못한 슬픈 결과일 뿐이다.”
“인터넷이 언론사의 전통적 비즈니스 모델을 깨부순 건 맞다.” 제프 베조스가 말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 언론사에 굉장히 큰 선물을 가져다 안겨준 것 또한 맞다. 이제 모든 언론사는 거의 무료에 가까운 글로벌 유통망을 확보한 셈이다. 언론사는 이 기회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 출처: New York Times article “How Marty Baron and Jeff Bezos Remade The Washington Post”
그렇다면 이제 전통적 언론사들은 뭘 어떻게 해아하나?
이들에게는 두 가지 옵션 뿐이다.
1. 첫번째로, 앞서 언급했던 “틈새(Niche)” 시장을 공략하는 방법. 일례로, 틈새 출판업계는 보통 커뮤니티로부터의 지원(이라 쓰고 팬심이라 읽는다)이 핵심인 바닥이다. 고객과의 관계를 온전히 소유해야하며, 이가 가능하다면 새로운 파생 사업을 어렵지 않게 꾸릴 수 있는 업계이기도 하다. 또한 보통 고객의 충성도가 높으며, 웬만해서는 경쟁사로 넘어가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VC 중 하나인 a16z's의 새로운 뉴스 레터 사업이 이의 좋은 예를 보여준다. a16z’s는 이미 대단히 부유하지만, 뉴스 레터라는 신사업을 개척하고 있으며, 언제든 프리미엄 구독 모델을 런칭할 수 있다. 프리미엄 구독 모델을 런칭할 경우, 프리미엄 구독료 또한 설정할 수 있을것이다 (업계 내 이들의 영향력으로 판단하자면, 월 $100~$300의 구독료 설정도 무리가 없을 듯 하다.)
2. 두번째로, 더욱 방대한 유통망을 구축하여 전 세계 구독자를 끌어모으는 방법.
예상했겠지만, 이 방법은 좀 더 까다롭다.
우선, 애드 블록 문제다. 애드 블록은 광고사의 수입을 감소시키지 않는다. 언론사의 수입을 감소시킬 뿐이다. 그리고 아주 많은 사람들이 애드 블록 애용한다. 빠른 속도로 이용자들이 늘고 있는 Brave Browser처럼 아예 브라우저에 애드 블록이 기본적으로 깔려 나오기도 한다.
“더욱 방대한 유통망 구축 전략”은 결국 검색엔진, SNS 등의 노출에 기댈 수 밖에 없다. 문제는 이렇게 될 경우 서비스 이용자들과의 관계는 검색엔진과 SNS회사가 갖게 된다는 것이다. 특정 뉴스 제작사들에 대한 사용자 충성도는 나날이 약해져가며, 언제든지 다른 언론사로 떠날 수 있다.
이미 많은 기업들이 광고를 개시할 때, 불특정 다수에 광고하는 신문사를 저버리고 특정 광고를 특정 고객층에 노출시켜 주는 구글과 페이스북을 선호한다. 가성비가 훨씬 뛰어나기 때문이다.
당연한 결과로, 전통적 언론사는 광고 고객을 잃음으로 재정난에 시달릴 수 밖에 없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에는 이미 너무 멀리 와버린 듯 하다.
2019년, 페이스북은 페이스북의 광고 매출을 언론사와 나누는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무려 3억 달러(한화 약 3천 4백억 원)짜리 프로그램이었다.
그런데 이 3억 달러 프로그램은 당시 페이스북 연간 매출의 꼴랑 0.3% 수준이었다.
유튜브가 유튜버들과 나누는 연 십조 단위의 광고 수익을 생각해보라. 연 매출의 0.3%라니, 우스울 만큼 적은 액수 아닌가?
페이스북은 분명 어떤 방식으로든의 정부 개입을 예상하고, 미리 선수를 쳤던 것이다. 그리고 모두 예상했다시피, 오늘 이 뉴스레터가 쓰여진 이유이다: 페이스북의 3억 달러짜리 선제방어는 실패했다.
페이스북의 선제방어는 실패했다. 구글은 이미 항복했다. 지금 호주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
2021년 2월 잠시, 호주 국민은 국내외 뉴스 링크를 페이스북 내 공유할 수 없게 되었다.
이는 호주 언론사 편에 선 호주 정부가 디지털 플랫폼 기업이 언론사에 “뉴스 컨텐츠 사용료” 지급하도록 강제하는 법안을 추진한 것에 대한 페이스북의 대응이었다.
이 디지털 플랫폼 vs. 호주 언론사와의 싸움에, 구글은 이미 항복했다. 구글을 통해 언론사로 유입되는 트래픽에 관한 비용을 구글이 지급하기로 합의한 것.
구글을 상대로 호주 언론사가 사업적인 성공을 거두었다기보다, 정치적 성공을 거두었다 볼 수 있는 사건이다.
호주 연방 재무장관 조쉬 프라이든버그(Josh Frydenberg)는 이 전투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우선, 이 사태는 정치적인 개입이 없었다면 시작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The first thing to say is none of these deals would be happening if we didn’t have the legislation before the Parliament.”
구글은 별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금전적 합의를 하던지, 호주에서의 사업을 접어야만 했다.
유명 언론사들의 기사들이 존재하지 않는 검색엔진은 좋은 검색엔진 서비스가 아니다. 당장 구글 검색에 최신 정보와 기사가 뜨지 않는다면? 구글의 경쟁력이 추락할 것이다. 그리고 구글 매출의 대부분은 검색엔진 서비스에서 나온다.
페이스북에 경우, 좀 다르다.
호주 정부와 페이스북이 합의를 본 것처럼 보이는 것과 달리, 아직 이 싸움은 현재 진행형이다.
페이스북은 구글처럼 호락 호락하게 백기를 들지 않을 전망이다. 이게 말이 되는 이유는, 구글과 달리 페이스북은 언론사들에 “유통망”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언론사들이 페이스북을 보이콧해도 페이스북의 전체적인 매출에는 타격이 미미하다.
페이스북 주장에 따르면, 뉴스는 페이스북 내 유통되는 컨텐츠 지분의 4%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반대로, 페이스북은 호주 언론사들에 연간 50억의 조회수를 보낸다.
하나 더 중요한 점은, 페이스북은 자체적으로 컨텐츠를 유통시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페이스북 유저들이 유통“시켜준다.” 그리고 페이스북이 이 과정에서 벌어들이는 매출은 미미하다.
만일 페이스북이 구글과 같이 호주에 백기를 든다면, 페이스북에 아주 불리한 선례를 남기게 될 뿐더러, 연쇄적으로 세계 각국서 똑같은 소송전을 벌이게 될 것이다. 이 상황에서 페이스북이 왜 항복을 하겠나?
물론 호주 정부가 언론사의 손을 들어준다면, 페이스북은 따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때문에 페이스북은 언젠가 매출의 일부분을 언론사들에 지급할지언정, 좀 더 공격적인 협상을 하려는 모양새다. 페이스북은 이미 90일 내 언론사들과 합의를 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만일 법적 조건이 맘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 합법적으로 협상을 뒤엎을 수 있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이 사태는 굉장히 섬세하고 까다로운, 디지털 플랫폼 기업들에 장기적인 영향을 초래할 이벤트이다. 호주 정부와 어떤 합의를 이끌어내느냐에 따라 페이스북의 전 세계적인 매출 및 영향이 좌지우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미 영국, EU, 캐나다 정부는 이 사태를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
혹자는 만일 구글, 페이스북과 같은 기업이 언론사의 컨텐츠를 사용, 직접적으로 혹은 간접적으로나마 기업 서비스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받는다면 수입을 나누는 것이 정당하다고 주장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 사태 법안서 25장 1.95 조항에 따르면, 플랫폼에 유통 및 공유되는 “컨텐츠”뿐만이 아닌, 각종 잡다한 “링크”들에게까지 이와 같은 법안이 적용된다. 매우 광범위한 조항으로, 구체적인 이해가 쉽지 않다.
그리고 이 논리대로라면, 어째서 영향력 있는 언론사들만 “컨텐츠 사용료”를 받나? 이들의 컨텐츠만이 디지털 플랫폼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닐 터. 플랫폼 내 공유되는 다른 잡다한 사이트들 또한 구글과 페이스북에 “컨텐츠 사용료”를 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 이들의 영향력이 정부를 등에 업은 전통적 언론사들보다 약하다는 이유로, 이 사태에서 배척되는 건 불공평하지 않나?
이러한 문제들 때문에 페이스북은 현재 엄청나게 고심 중이며, 신중히 이 사태를 주도해나가려 하고 있다.
결론: 이 진흙탕 싸움 안의 승자는 아무도 없다.
디지털 플랫폼의 매출을 나눠갖겠다는 이 진흙탕 싸움은 언론업계에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베조스가 한 말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모든 언론사는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거의 무료에 가까운 글로벌 유통망을 확보한 셈이다. 언론사는 이 기회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새로운 수익 분배 모델로 인해 디지털 플랫폼 내 컨텐츠 노출이 더 비싸진다면, 결국 구글과 페이스북 등 현재까지 거의 무료에 가까운 글로벌 유통망 이용이 더 비싸지게 되는 셈이다. 결과적으로 언론사들이 짊어지게 될 디지털 플랫폼 내 광고/유통 비용이 더 커지게 되는 것.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또한 구글, 페이스북과 같은 디지털 플랫폼 기업들은 수익을 극대화 하기 위해 “돈이 나가는” 컨텐츠와 “돈이 나가지 않는” 컨텐츠의 노출도를 조정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이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건 결국 1. 스타트업을 포함한 기타 사업체와 2. 대중이다.
1. 기타 사업체에게는 앞으로 디지털 플랫폼 광고비가 더 비싸질 수 있으며,
2. 대중은 지금보다 정보의 접근성이 떨어질 수 있는 환경에 놓일 수 있다.
긍정적인 측면을 보자면, 이메일 뉴스레터 등 새로운 대체 언론사들에겐 기회로 작용될 수 있다.